자본주의 사회 이전에도 시장경제는 존재했습니다. 봉건제 사회에도 도시를 중심으로 시장이 있었고, 사회주의 국가에도 시장은 형성되어 왔습니다. 즉, 시장경제가 곧 자본주의가 아닙니다. 그래서 돈과 자본은 구분할 수 있습니다.
① 돈의 진화
이전 글을 통해 노동가치론에 따라 상품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시간으로 구성된다고 했습니다.
> 자본주의 모든 것이 상품이 되는(feat. 화페의 출현)
그래서 같은 노동 시간이 들어간 상품은 교환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 1벌의 티셔츠 = 3 노동 시간 / 1대의 TV = 150 노동 시간
- 50벌의 티셔츠 = 1대의 TV
이를 ‘등가 교환’이라고 합니다. 상품 간 교환이 이루어질 때, 각 상품을 만드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 시간’의 비율대로 교환하는 것입니다. 이때, 돈 즉 화폐는 단순히 상품 사이의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만 합니다.
그러나 화폐는 이런 중개자 역할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거래의 수단이라는 지위를 벗어나 스스로 목적이 되는 방식을 찾아냅니다.
② 자본의 출현
화폐가 거래만 매개하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때는 다음과 같은 공식이 성립합니다.
- C(와인 등 상품) – M(화폐) – C(겨울 외투 등 다른 상품)
상품은 화폐가 되고, 다시 같은 가치의 상품이 됩니다. 이런 상품들 사이 교환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유통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는 추가적인 가치가 창출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돈이 진화하여 자본이 되면 더 이상 가치 전달의 매개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식하는 주체가 됩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공식을 만듭니다.
- M(화폐) – C(상품) – M'(화폐) : 자본의 일반 공식
- M’ = M + m, m은 처음보다 늘어난 화폐량을 표시합니다.
이제 화폐는 상품을 사는 주체가 됩니다. 이 상품은 단순히 소비를 위한 상품이 아닙니다. 자본을 통해 생산 수단을 소유하게 됩니다. 그 생산 수단은 노동 시간이 투입되어 새로운 가치 m을 창출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다시 화폐로 바뀌면 M’ 즉 더 늘어난 돈을 가질 수 있게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돈은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으로 진화합니다.
- M – C – M’ – C’ – M” – C” – M”’ – C”’ – M”” – 무한 증식
화폐가 거래의 ‘수단’에서 자본으로 진화하면서 거래의 ‘목적’이 됩니다. 결국 자본가는 ‘목적’이 된 화폐를 쫓아 자본을 증식하는 활동을 무한히 반복하게 됩니다.
②-1. m의 생산 과정
자본의 일반 공식을 다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M – C – M’
여기서 M이 구매하는 C는 소비재가 아니라 증식된 화폐 가치 창출을 위한 상품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C를 분석해 보려고 합니다.
M은 사업을 위한 초기 자본금입니다. 이를 통해 노동력과 생산 수단을 삽니다. 노동력을 LP, 생산 수단을 MP라고 해보자. 자본가는 이 노동력과 생산 수단을 이용해 새로운 상품 C’를 만들고 그것을 팔아 M’의 돈을 회수합니다.
- M – C(LP + MP) – C’ – M’
즉, 생산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가치 m 창출하게 됩니다. 생산 과정은 원료, 기계 등을 이용해 노동자가 상품을 만드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노동력과 생산 수단은 생산 과정을 거쳐 새로운 상품을 만듭니다. 이 상품이 다시 화폐가 될 때, 이전 자본 M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등가 교환이란 전제 하에서 일어날 수 없었던 가치 증식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것이 일어난 장소는 바로 ‘생산 과정’입니다.
생산 과정의 비밀을 풀어야 자본 증식의 원리가 이해될 것이다. 그전에 이런 무한 증식의 속성을 가진 자본의 추구에 대해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②-2. 자본의 추구는 끝이 없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에게 묻습니다. 얼마나 벌면 만족하겠습니까?
자본은 무한 증식의 사슬이기 때문에 만족함이 없습니다. 자본의 끝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돈을 좇는 사람 역시 자본의 무한 증식 사이클에 맞춘 자신의 욕망의 끝을 알 수 없습니다.
이 정도 벌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 사람도 의식적 단절을 하지 않으면 결코 멈출 수 없습니다. 이것이 자본의 가스라이팅입니다. 자본가가 된다는 것은 끊임없는 자본 창출의 굴레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부의 계속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끝을 정하지 않는다면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계속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멈추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도태된다는 생각 때문에 멈출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재무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욕망의 크기를 미리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생은 짧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