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제도, 노동 강도 심화를 감추는

자본이 이윤을 늘리는 전략 2탄

성과급, 듣기만 해도 설렙니다. 자본의 속성을 파헤치는 우리는 이 성과급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의 이익을 공유한다는 면에서 아주 좋은 제도로 보이지만, 어쩌면 성과급 제도는 자본의 손 안 대고 코 푸는 전략일 수 있습니다.

성과급 제도의 명과 암

성과급 제도는 회사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하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노동자는 성과급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됩니다. 그 노력은 개인과 회사를 위해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노동자가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게 되면 노동조합 같은 활동이나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도모해서 단체로 의견을 모아야 할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성과급 제도에 따라 야근이나 특근도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주 52시간 제한이 됐을 때 이에 대한 반발 역시 예견된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따로 통제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일을 더 많이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성과급 제도에 따른 회사의 이윤율 변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성과급 제도 시행에 따른 회사 이윤율의 변화

1. 성과급 제도 도입 전

A 제빵 회사는 성과급 제도가 없었습니다. 당시 회사의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은 8시간입니다. 그리고 시간당 평균 생산량은 1개고, 100명의 직원이 하루에 800개의 빵을 생산했습니다.

이 회사의 이윤율을 계산해 보겠습니다. 이윤율 계산 공식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글을 참고해 보면 되겠습니다.

> 자본가의 독점 잉여 가치 늘리는 방법

  • 빵 800개의 교환 가치 = C(1,600 노동 시간) + V (300 노동 시간) + S (500 노동 시간) = 2,400 노동 시간
  • 이윤율 = 26.3%

2. 성과급 제도 도입 후

A 제빵 회사는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노동자의 근로 의욕을 고취하고 생산성 높은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경영진의 중대한 결정이었습니다.

그 후로 노동자의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은 10시간이 되었습니다. 시간당 평균 생산량은 1.25개로 0.25개 늘어났습니다. 덕분에 회사의 하루 빵 생산량은 1,250개가 되었습니다.

그럼 이렇게 변한 회사의 이윤율은 얼마일까요?

  • 빵 1,250개의 교환 가치 = C (2,500 노동 시간) + V (468.75 노동 시간) + S (781.25 노동 시간) = 3,750 노동 시간
  • 이윤율 = 25.3%

놀랍게도 회사의 이윤율은 동일합니다. 그 이유는 하루에 A 제빵 회사에서 빵을 몇 개를 만들든 C, V, S 비율이 16:3:5로 고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대체 뭐가 달라졌을까요?

회사 이윤이 커진다

성과급 제도 도입 후 일을 더 많이 하는데 이윤율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면 변한 것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현재 A 제빵 회사는 빵 8개를 5만 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 성과급 제도 전 800개 빵을 만든 회사는 하루에 500만 원의 매출을 만들었습니다.
  • 성과급 제도 시행 후 1,250개 빵을 만든 회사는 하루 781만 2,500원의 매출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이윤율은 같더라도 노동 강도의 강화와 노동 시간의 연장을 통해 회사 이윤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즉, 성과급 제도를 통해 이전에 불법적인 노동 강도 강화를 벗어나 자발적인 노동 강도 강화를 이끌어 냈습니다. 이를 통해 하루 더 많은 양을 생산해 이윤의 총액이 키울 수 있었습니다.

노동자도 성과급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버니 좋은 게 아닐까?

돈만 생각한다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과급 제도를 통해 결국 자신의 노동 시간이 늘고 노동 강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성과급을 받는다는 사실로 자신에게 더해진 노동을 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과정이 더 악질적인 형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 문제가 되었던 B 물류 회사의 성과 제도를 기억하시나요? 더 많은 양의 물류를 처리하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개인 단위, 팀 단위로 켜켜이 엮여 있다 보니 노동자 간의 감시와 회사 시스템적인 압박으로 개별 노동자가 쉬지 못하고 일해 결국 사고가 났습니다. 강제로 노동 시간을 늘릴 수 없으니 이런 제도적 명분을 만들어 노동 강도를 심화시켰습니다.

반대로 이 과정에서 자본가의 이윤은 상대적으로 더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더 깊이 살펴보면 성과급 제도 도입 후 빵 한 개당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줄어드는 효과까지 있었습니다.

게다가 성과급은 노동자의 임금을 서로 분배하는 형태가 많습니다. 회사의 이윤을 나누기보다 올라간 노동 강도를 통해 생긴 노동자의 몫을 불균등하게 분할해 일부 노동자의 성과를 채우고, 그렇지 못한 노동자의 임금은 삭감합니다. 이 모든 것이 성과급 제도로 감추어진 착취 구조입니다.

착취율 계산

착취를 당하는 정도를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 착취율 = S 잉여 가치 / V 가변 자본

필요 노동에 비해 잉여 노동이 얼마나 되는지 밝히는 식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노동자와 자본가의 이익은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착취율을 보면 노동자가 임금으로 받는 몫과 자본가가 챙겨 가는 잉여 가치는 서로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첨예하게 대립하면 살 수 없습니다. 자본가와 노동자는 회사 안에서 계속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회사가 망하면 모두 일자리를 잃습니다.

자본가의 수고는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능력의 차이, 위험의 감수, 기업가 정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부의 차이가 사회에 존재합니다. 그런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함께 나누고 이야기해야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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