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 전환 문의가 많습니다. 실손 의료비 전환의 본질은 ‘보험료’입니다. 과거에 가입한 실비 보험의 보험료가 부담될 정도로 상당히 올랐습니다. 내가 한 달에 이렇게 큰돈을 실비 보험에 내는 것이 맞는지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계약을 해지하긴 불안합니다. 지금까지 아프지 않아서 보험료 내기가 아까웠는데, 딱 해지하고 나니 아프기 시작하면 낭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험 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현재 실손 의료비로 바꾸면 보험료가 많이 내려간다고 안내합니다. 울고 싶었는데 뺨을 때려주는 격입니다. 그래서 실비 보험을 해지하는 것이 아니니 조건을 따져보지 않고 현재 판매하는 4세대 실손 의료비로 전환합니다.
문제는 기존 실비 보험의 보상과 바뀐 4세대 실손 의료비의 차이를 제대로 고민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바꾸고 난 후 병원에 갔다가 보상을 받아보니 전에 가입했던 실비 보험보다 적게 보험금이 나와 후회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그럼에도 실비 보험을 바꿔 이미 평소에 돈을 덜 내고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실비 전환을 통해 17만 원 내던 보험료를 7만 원만 내게 되었습니다. 그럼 매달 10만 원의 보험료를 아끼게 되었습니다. 1년 뒤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1,000만 원 정도 병원비가 나왔고, 실비 보험에서 약 75%, 750만 원이 나왔습니다. 내가 낸 돈은 250만 원입니다. 근데 어떤 사람이 와서 실비 보험을 바꾸지 않았으면, 87% 정도 나온다 말합니다. 그럼 870만 원 나오고 내가 낸 돈은 130만 원입니다. 이 사례에서 기존 실비 유지한 게 이득일까요, 실비 전환이 이득일까요?
기존 보험이든 전환된 보험이든 일단 보험을 해지하지 않고 가입하고 있다면 이득입니다. 물론 원한 답은 아니겠죠? 실비 보험을 전환하면 120만 원 정도를 덜 받습니다. 그러나 1년 동안 120만 원 보험료를 덜 냈으니 사실 똑같습니다. 인생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실비 보험 전환이 이득처럼 보이기도 손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실 답은 없습니다.
더 근원적으로 보면 보험 가입 자체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됩니다. 보험을 가입하면 매달 비용이 나갑니다. 아프거나 사고가 나지 않으면 보험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사라지는 돈 같습니다. 그럼 보험 가입은 잘못된 선택일까요? 아닙니다. 만약 보험 상품의 탄생이 실패한 역사라면 지금까지 보험은 남아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금융 상품은 여전히 보험입니다. 긴 시간 속 이름은 바뀌었어도 보험 구조 자체는 늘 살아남았고, 그 가치를 계속 인정받았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결론, 실손 의료비 전환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기존 실비 보험이 많이 올라 유지가 어렵거나 부담이 심하다면 속 편하게 전환하면 됩니다. 또한 현재 재정 상황이 괜찮아서 올라간 보험료를 유지하는데 큰 부담이 없다면 기존 보험 유지해도 좋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대신 자신의 상황을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보험은 상품을 만들면서 통계와 확률을 이용해 그 가격을 합리적으로 구성합니다. 즉, 내가 내는 보험료만큼 값을 한다는 말입니다. 내 기존 보험의 보험료가 많이 올랐다는 것은 결국 내가 보상받지 않아도 누군가 보험료가 많이 올라야 할 만큼 보상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바꾼 실손 의료비 보험의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말은 전에 가입했던 보험보다 보상이 덜 나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실손 전환 상담을 하면서 느낀 핵심은 하나입니다. 고객이 바뀐 조건에 대해 큰 틀에서 납득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존 실비를 유지하든 실손을 전환하든 결국 결정을 합니다. 그리고 그 결정에 맞게 보상을 받습니다. 선택 후의 보장은 변하지 않습니다. 보험 담당자도 세세한 조건까지 다 알지 못합니다. 실손 의료비 변천사를 다 이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정도 노력을 하려면 함께 보험 설계사를 합시다. 그게 아니라면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고정된 값으로 실비를 두고 생활을 해나가면 됩니다.
이제 4세대 실비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큰 틀에서 차이를 설명하겠습니다.
1. 보상 비율 축소, 자기 부담금 인상
기존 실비 보험은 자기 부담금이 없이 100% 보상한 보험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급여는 90%, 비급여는 80%, 그리고 비급여 중 도수치료, MRI, 주사제는 70%로 점차 자기 부담금이 인상되는 방향으로 변했습니다. 같은 병원비에 대한 보험금이 적다면, 보험 회사는 보험료는 더 적게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현재 4세대 실손 의료비는 급여는 80% 비급여는 70% 보상합니다. 그래서 이전 실비 보험에 비해 보험료를 더 낮출 수 있었습니다. 이를 보험의 수지 상등의 원칙이라 합니다. 내가 보험료를 적게 내고 싶으면 보상을 적게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2. 자동차 보험처럼 개인별 보험료 할인, 할증
기존 실비 보험은 개인이 보험금을 많이 받고 말고 관계없이 전체 집단에 대해 손해를 반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병원에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보험처럼 일정 부분 개인별 할인, 할증 구간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비급여 병원비 사용이 많고 적음에 따라 차등으로 반영합니다. 만약 내가 비급여 치료를 많이 받아 보험금을 많이 받으면 할증이 됩니다. 반대로 무사고로 유지하면 보험료를 할인합니다.
오늘은 원론적인 측면에서 실손 의료비 4세대 전환해야 하는지 의견을 나눠봤습니다. 위의 2가지 외에도 의료의 발전에 발맞춰 보상하는 손해와 보상하지 않는 손해도 정비했습니다. 만약 4세대 실비와 기존 실비 보험의 차이를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아래 글을 참고해 주시면 됩니다. 4세대 실비 전환 고민하는 분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었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