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모든 것이 상품이 되는(feat. 화폐의 출현)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화를 ‘상품’이라고 합니다. 자본주의 이해를 위해 우리는 이 상품을 분석해야 합니다. 과연 상품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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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상품, 자본주의 연구의 출발점

상품이 지닌 가치가 자본주의를 굴러가게 하는 핵심입니다. 상품 가치는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❶-1. 사용가치

사용가치는 흔히 우리가 어떤 물건이 이런저런 쓸모가 있다는 그 상품의 필요성에 연관된 가치입니다. 신발은 우리 발을 보호하고, 지면의 상태와 관계없이 편하게 걸을 수 있게 해줍니다. 유명 메이커 신발이든, 동네 시장에서 파는 신발이든 같은 운동화, 등산화, 구두 등 기능에 따라 나눈다면 큰 차이 없는 사용가치를 지닙니다.

물론 하나의 상품이 하나의 사용 가치만 갖는 것은 아닙니다. 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칼은 요리할 때 쓸 수 있습니다. 동시에 타인을 다치게 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의사의 손에 들린 메스는 사람을 고치는 용도로 쓰이게 됩니다.

또한 하나의 상품에 여러 기능이 담기기도 합니다. 우리 손에 늘 있는 스마트폰의 경우, 전화와 문자 등 타인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만 아니라 인터넷 검색, 음악 감상 등 수많은 기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능이 들어가면 그 사용가치는 다양한 면에서 높아지지만 그렇다고 같은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과 사용가치 측면에서 구별되지 않습니다.

사용가치는 그 상품의 내재적 가치입니다. 그래서 상품이 자본주의 핵심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추가된 가치가 더해져야 했습니다.

❶-2. 교환가치

상품이 가진 또 다른 가치는 교환가치입니다. 교환가치는 내가 모든 상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상품의 희소성에서 비롯됩니다. 내가 생산할 수 있는 상품 A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생산할 수 있는 상품 B도 있습니다. 그런데 상품 A만 아니라 B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A와 B를 교환하기 원했습니다.

교환가치는 상품 간의 어떤 공통점이 있어야 그 비율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발견한 것이 대부분의 상품은 ‘노동의 성과물’이란 결론이었습니다. 자연에 본래대로 존재하던 물질을 인간이 노동을 더합니다. 그러면 그것이 상품이 됩니다. 그럼 거기에 투하된 노동의 가치를 공통분모로 보고 기준을 나눌 수 있습니다. 이를 ‘노동가치론’이라 합니다.

  • 이 기준은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상품의 가치가 노동에서 나온다는 이론은 우리가 자본주의를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단초를 제공하니 잘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TV 한 대를 만들기 위해 150의 노동 시간이 필요합니다. 반면, 티셔츠는 1벌 만드는데 3의 노동 시간만 있으면 됩니다. 그렇다면 하나의 TV를 사기 위해서는 50벌의 티셔츠가 필요합니다.

  • 3 노동시간 = 1벌의 티셔츠
  • 150 노동시간 = 50벌의 티셔츠 = TV 한 대

우리는 한 상품을 다양한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번 그 교환비율을 고민하는 것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상품을 하나의 교환 매개체로 바꾸는 사회적 약속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를 ‘화폐’의 도입이라 합니다.

❶-3. 화폐의 독립

자본주의 출현의 근간이 되는 화폐가 출현했습니다. 사용 가치가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던 시대를 지나 교환가치가 부각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교환가치의 시장 반영을 위해 쉽게 통용될 수 있는 화폐가 출현한 것입니다.

그런데 화폐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화폐는 상품 중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화폐가 진화를 거듭해 교환 매개 자체의 가치를 증식시켜 독립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 독점적 지위는 자본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❷ 사용가치적 삶 vs 교환가치적 삶

상품의 사용 가치와 교환가치를 깊이 고민하다 보면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사용가치 중심으로 살던 시대에는 한 상품이 다른 사람의 상품과 구별되지 않아도 기능만 잘 발휘하면 되었다. 기능 상 더 뛰어난 상품이라면 당연히 더 좋은 값을 지불해야 했지만, 같은 기능이라면 내 상품과 남의 상품을 비교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용 가치보다 교환가치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같은 기능이 있는 상품이지만, 명품 같은 부가적 교환가치를 부여해 더 높은 교환비율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서로를 비교하고 등급을 나눌 수 있게 했다.

❷-1. 소유적 삶으로 대전환

이는 우리가 존재적 삶에서 소유적 삶으로 대전환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내 정체성은 무엇을 가졌는지에 비롯되지 않았다. 상품은 그저 사용가치를 내재한 내 삶의 도구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상품이 교환가치를 통해 우리 삶에 독점적 지위를 차지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 본질을 찾기보다 내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로 나를 정의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다르게 보이고 싶다면 더 특별한 상품을 소유하고자 했다.

❷ 자본의 전략적 성공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드는 것, 자본의 핵심 전략이다. 과거에 상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상품화했다. 그게 자연이든, 인간의 노동력이든.. 하물며 우리의 삶 자체를 상품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자본은 자본주의를 인간의 뇌 깊이 각인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그런 존재인가? 내가 소유한 상품이 나를 정의할 수 있는가? 존재 자체로 인간은 존엄하지 않는가?

자본주의 거대한 파도 속에 살고 있지만, 인간이라면 결코 잃지 않아야 할 생의 감각이 이게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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