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직장 유암종이라 불리는 직장의 신경 내분비 종양(D37.5) 진단을 받으셨나요? 이 진단은 소비자와 보험사 간의 암 보험금 지급 분쟁이 많습니다. 보험 회사는 직장 유암종을 경계성 종양으로 보고 소액암 또는 유사암을 지급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신경 내분비 종양을 직장 악성 신생물(C20)로 보고 일반암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2018.7.24 선고 2017다 285109 판결)
① 신경 내분비 종양의 직장 악성 신생물 진단 변경의 효과
일단 가장 직관적으로 보면 유사암, 소액암 등으로 받았던 보험금이 일반암 보험금으로 바뀝니다. 최근 암 보험은 유사암도 1,000만 원 이상 크게 가입할 수 있으나 과거 암 보험은 일반암 진단비의 1/10, 3/10 정도만 지급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보험금을 적게 받았습니다. 근데 진단이 바뀌면 보험금을 추가로 더 받을 수 있습니다.
- 일반암 보험금 받음
더 좋은 혜택은 납입 면제입니다. 보험 가입 조건에 계약을 한 사람이 크게 아프면 보험료를 더 이상 내지 않도록 해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를 납입 면제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암에 걸리거나 후유 장해가 50% 이상 되는 등 미리 약속된 조건에 해당하면 고객이 납입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납입 면제를 해줍니다. 이때 보통 유사암은 납입 면제에 해당하지 않지만, 일반암은 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험에 따라 암이 납입 면제와 관련 없을 수도 있으니 미리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진단이 바뀌면 납입 면제로 돈을 안내도 되는데 보험료를 냈으니 보험 회사에 그동안 냈던 보험료를 돌려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고 보상은 유지되니 1석 2조입니다.
- 납입 면제에 따른 보험료 환급
그렇다면 대체 왜 직장의 신경 내분비 종양(D37.5)이 직장의 악성 신생물(C20)이 되는 걸까요? 그 기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② 한국 표준질병사인분류(이하 KCD) 5차, 6차 직장 유암종 진단 기준
KCD 5차, 6차 기준에서 신경 내분비 종양이라고 불리는 직장 유암종(카르시노이드 종양)은 D 코드(D12), C 코드(C18-21)에 대한 정확한 언급이 없습니다. 즉, 직장 유암종의 크기, 침윤, 분화도 등의 정보를 구분하지 않고 수록했습니다. 대신 ICD-O 형태 코드(형태 분류번호)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2가지로 분류가 됩니다.
- M8240/3 : 악성 신생물로 질병분류번호 C20에 해당
- M8240/1 :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경계성 종양)로 질병분류번호 D37에 해당
그렇다면 우리는 환자가 받은 직장 유암종이 M8240/3인 근거만 찾으면 됩니다. KCD에서 M8240/3과 M8240/1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제5, 6차 개정 KCD에서는 ‘불확실한 악성 잠재성의 유암종’은 M8240/1로, ‘충수를 제외한 다른 부위에서 발생한 상세불명의 유암종’은 M8240/3으로 명명했습니다. 그럼 KCD가 개정 당시 이렇게 구분한 근거는 무엇일까요? 2000년 개정 종양학 국제 질병분류 제3판(ICD-O3)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불확실한 악성 잠재성의 유암종(M8240/1)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충수에서 발생한 상세불명의 유암종
- 상세불명의 은 친화성 유암종
이 말은 위의 2가지 조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M8240/3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충수에서 발생하지 않고 은 친화성이 아닌 직장 유암종은 분류번호가 M8240/3인 직장의 악성 신생물(C20)로 분류해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레카!
물론 일부에서는 소화기관에서 발생하는 1cm 미만의 신경 내분비 종양을 D 코드로 진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는 2012년 발행된 대한 병리학회 학술지에서 ‘신경 내분비 종양의 경우 크기가 1cm 미만이고 grade 1이며, 혈관 침범이 없는 경우에는 M8240/1을 부여하여 경계성 종양으로 분류하자’라는 제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KCD에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KCD에는 직장 유암종의 크기, 침윤, 분화도 등의 정보를 구분해 질병 분류 번호를 수록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분류 번호가 M8240/3이면 악성 신생물, M8240/1이면 경계성 종양으로 나눴습니다.
③ 결론 : 신경 내분비 종양 진단을 직장 악성 신생물로 바꾸자!
1. 최근 세계 보건기구(WHO)의 제5차 소화기 종양 분류에서 ‘신경 내분비 종양’을 악성 종양으로 분류했습니다.
2. 제8차 한국 표준질병-사인분류(KCD-8)에서도 동일하게 개정(2021년 시행) 했습니다.
3.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와 금융분쟁 조정위원회, 대법원 판단 역시 ‘신경 내분비 종양’을 C20으로 인정하여 보험사가 일반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4. 보험 약관이 다의적 해석(C 코드, D 코드 등)이 된다면, 작성자 불이익 원칙에 따라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큰 병원에서는 직장 유암종에 대해 C20 코드가 잘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합병원 이하 일반 내과 의원 등에서 여전히 D37.5로 진단을 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보험사와 분쟁의 소지가 있음을 미리 알아두시면 좋겠네요.
최근 보험사의 지급 추세를 보면 생명 보험 회사에서는 위 내용에 대한 의견서를 써서 제출하면 잘 지급하고 있습니다. 반면 손해 보험 회사에서는 담당 주치의에게 새롭게 C20으로 된 진단서를 받아오라고 하면서 지급을 지연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담당 주치의가 진단서를 바꿔주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잘 안 해주는 문화를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직장 카르시노이드 종양(유암종)에 대한 진단서 코드가 D37.5로 나와 유사암(소액암)만 받거나 보험금 청구를 못하셨던 분들은 담당 주치의와 잘 상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보험금의 경우, 청구권 소멸시효 3년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본인이 해당한다면 처음부터 주변 손해사정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길 추천합니다. 괜히 혼자 해보려다 상황만 복잡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이 내용을 알아서 본인이 받아야 할 마땅한 보험금을 잘 받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