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운전자 보험에서 가입하는 운전자 비용 담보는 1) 교통사고처리 지원금 2) 벌금 3) 변호사 선임비용 이 3가지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하 교특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형사책임이 있는 교통사고를 판단하는 기준법이 교특법입니다. 근데 운전자 비용 담보는 교통사고로 생긴 형사적 책임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교특법이 개정되면 자연스레 관련 운전자 보험 약관도 변경됩니다. 1982년부터 시행된 교특법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개정은 2009년에 발생했습니다. 지금은 교통사고처리 지원금인 이 보상 항목은 이때를 기점으로 형사합의 지원금에서 교통사고처리 지원금으로 바뀌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중요한 개정
2009년 2월 26일, 교특법의 두 가지 특례 중 <보험 등에 가입한 경우의 특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위헌 결정 이전에는 교통사고로 인적 피해가 발생한 경우 운전자가 자동차 보험 대인 배상 Ⅱ, 무한으로 가입하고, 이를 사용할 수 있을 시 공소 제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단, 피해자 사망, 도주 및 중과실을 원인으로 한 사고는 공소 제기가 가능했습니다.
근데 당시 문제가 된 사고 유형은 ‘피해자 중상해(6주 이상 진단)’였습니다. 이 경우 가해 운전자는 보험처리만 하면 형사 책임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중과실을 원인으로 발생한 사고도 아니고, 피해자가 사망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한 상황입니다. 이런 문제가 반복적으로 위헌 청구 소송으로 이어졌고, 헌법 재판소는 공소 제기로부터 가해 운전자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교특법의 <보험 등에 가입한 경우의 특례>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즉, 헌법 재판소 판단에 따라 피해자 중상해 사고 시 가해 운전자의 공소 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변경되었습니다. 법이 개정되었으니 당연히 이와 관련된 보험 약관도 변경되었습니다. 그래서 형사합의 지원금이 교통사고처리 지원금으로 바뀌었습니다.
대부분 손해 보험 회사는 2009년 9월 30일까지 형사합의 지원금을 판매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1일부터 개정된 약관에 따라 변경된 교통사고처리 지원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② 교통사고처리 지원금 vs 형사합의 지원금
그럼 교통사고처리 지원금과 형사합의 지원금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두 보장 항목의 가장 큰 차이는 피해자 중상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형사합의를 위한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여부입니다.
과거 형사합의 지원금은 위헌 결정 전 보험 약관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피해자 6주 이상 진단을 받은 중상해 사고 피해로 인한 형사 책임을 보상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기존 형사합의 지원금은 보험 가입자의 중상해 사고의 형사 합의금을 처리하기 위해 중상해 교통사고처리 지원금이란 담보를 추가시켰습니다.
②-1. 중상해 교통사고처리 지원금
중상해 교통사고처리 지원금은 기존 형사합의 지원금이 처리하지 못하는 피해자 중상해 사고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형사합의 지원금이 완전하려면 반드시 중상해 교통사고처리 지원금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피해자 사망 및 중상해 그리고 중과실 사고까지 형사 합의금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교통사고처리 지원금 = 형사합의 지원금 + 중상해 교통사고처리 지원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②-2. 보험금 지급 방식의 차이
현재는 가입할 수 없는 형사합의 지원금은 가입한 금액만큼 보상해 주는 방식입니다. 게다가 여러 개를 가입하면 중복으로 보상입니다.
보험 약관에서 인정하는 보험금 지금 사유가 발생하면, 보험 증권에 쓰여 있는 가입 금액을 지급합니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은 실손 보상입니다. 실손 보상은 보험금 지급 사유 발생하면 보험 증권에 기재된 가입 금액을 최고 한도로 사고 처리하면서 실제 사용한 금액만큼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형사합의 지원금의 또 다른 지급 보험금 계산 방식은 중복 보상입니다. 중복 보상은 형사합의 지원금을 다수 가입하고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면 가입 중인 모든 보험에서 중복으로 보상합니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은 비례 보상으로 동일한 보험을 여러 개 가입하면 중복으로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제 처리된 비용을 각 담보에 동일 비율로 배분해서 보상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손해 보험의 중요한 원칙인 이득 금지 원칙 때문입니다. 보험은 로또가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사고에서는 중복 보상을 가능하게 하면 보험으로 돈을 벌려고 할 수 있으므로 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형사합의 지원금은 정액 & 중복 보상이었습니다. 현재 가입할 수 있는 교통사고처리 지원금은 실손 & 비례 보상입니다.
②-3. 형사합의 지원금 보상 예시
위에서 살펴본 개념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겠습니다. 먼저 형사합의 지원금의 정액 보상과 교통사고처리 지원금의 가입 금액 한도 내 실손 보상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두 담보에 각각 가입 중인 A와 B가 피해자 사망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각 담보의 가입 금액은 2,000만 원으로 동일합니다. 이때 A와 B 모두 사망 피해자 유가족과 500만 원에 형사 합의를 했다면, 보험금 청구 시 지급되는 금액이 각기 다릅니다.
정액 보상인 형사합의 지원금은 실제 형사 합의금과 상관없이 가입 금액 2,000만 원 전부 지급합니다. 하지만 실손 보상인 교통사고처리 지원금은 가입 금액을 한도로 실제 형사합의에 사용된 비용을 지급하기 때문에 500만 원만 지급합니다.
A, B가 운전자 보험을 2개 가입했다면 금액은 더 크게 달라집니다. A는 정액, 중복 보상이기 때문에 4,000만 원을 받습니다. 반면 B는 실손 비례 보상이기 때문에 두 개 보험 회사에서 각 250만 원 총 500만 원을 받습니다.
②-4. A의 모럴해저드
A는 생각합니다. 합의는 500만 원에 해서 내 돈 500만 원을 썼는데, 보험금은 4,000만 원이 나온다? 그럼 사고가 날 때마다 3,500만 원의 이익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욕심이 났습니다.
이게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형사합의 지원금을 여러 개 가입했던 어떤 가입자는 시골에서 할머니와 사고가 났다가 이런 보상을 받고, 시골길을 돌아다니며 할머니 3명을 추가로 차로 치어 사망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그의 주머니엔 돈이 쌓였습니다.
③ 교통사고처리 지원금 가입
형사합의 지원금이 교통사고처리 지원금으로 변경된 역사를 살펴봤습니다. 나는 형사합의 지원금 + 중상해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이 있기 때문에 교통사고처리 지원금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닙니다. 과거 형사합의 지원금은 최대한도가 3,000만 원입니다. 그러나 최근 나온 교통사고처리 지원금의 최대한도는 보험 회사에 따라 2.5억 원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만큼 합의금이 많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본인이 협상의 귀재라 3,000만 원으로 합의가 가능하다? 그럼 유지해도 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추가로 교통사고처리 지원금은 꼭 필요합니다.
운전자 보험을 왜 가입해야 하는지 이해하셨다면 본인의 운전자 보험도 확인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