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자동차 보험에서 ‘남’은 ‘대인, 대물’ 배상으로 처리하고, ‘나와 내 가족’은 ‘자기 신체 사고나 자동차 상해’ 담보로 보상합니다. 이는 자동차 보험 약관 중 대인 배상 II 부분에 보면, 차를 운행한 자의 부모, 배우자, 자녀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에서는 본인 이외의 모든 사람을 타인으로 취급합니다. 민법을 보면 친족이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부모, 배우자, 자녀 등이 타인임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즉, 친족도 법인격을 달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과 약관,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할까요? 교통사고 처리 실무에서 사고 담당자는 부모, 자녀 관계로는 절대로 대인 접수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는 약관에 명백히 쓰여 있기 때문입니다. 담당자 입장도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그 위에 법이 있습니다. 일정한 조건 하에서 친족을 타인으로 보고 대인 접수를 할 수 있습니다. (사고마다 다르므로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진행해야 합니다.)
① 친족의 타인성 인정 기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동차 보험 대인 배상 II 약관에는 운전자의 부모, 배우자, 자녀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 상 본인 이외의 모든 사람은 타인으로 취급하므로 대인 접수를 진행해 볼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어떤 조건을 통해 보상하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까요?
①-1. 대인 접수 판단 기준
- 차량 구입비 및 유지 관리비 공동 부담 여부
- 평소 차량 이용 여부
- 운행자와 공동 사업 여부
- 운행자와 동거 여부
- 사고 당시 운행 목적, 교대 운전 여부
- 운전면허 여부
- 기타 관련 사항
대인 접수 판단 기준을 굳이 내가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친족의 타인성 적용해 달라고 보험 회사에 요청하면 담당자가 검토를 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이 납득이 가면 콜, 안 가면 서면으로 부지급 사유를 받아 다른 전문가의 검토를 진행합니다. 이런 절차가 훨씬 순조롭습니다.
가끔 보험금 청구하기 전에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깊이 고민하는 분을 봅니다. 병원 치료 전이라면 모를까, 이미 치료까지 받은 마당에..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 회사에서 알아서 판단해서 이유까지 알려줍니다. 보험금 지급하지 않는 이유가 납득이 안 가면 보험금을 주지 않는 이유를 서면으로 받아 다른 전문가의 검토를 받을 수 있습니다. 즉, 보험금 청구하고 절차를 진행하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② 타인성 사고 사례
고객의 어머니가 집에 방문하신다고 해서 모시고 집으로 왔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어머니는 먼저 내리고 주차 중이었습니다. 주차하는 도중에 어머니가 차가 급제동이 있었고, 이를 피하다 어머니께서 넘어지셨습니다. 이 사고로 어머니는 무릎 부위가 골절되어 금속으로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후 물리, 재활 치료를 상당 기간 받으셔야 했습니다.
문제는 고객이 ‘자기 신체 사고’에 가입했다는 점입니다. 자기 신체 사고는 부상 정도에 따라 보상받는 금액이 한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6급 사고가 나면 부상은 400만 원, 후유 장해는 700만 원.. 이런 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도 걱정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친족이 타인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고 알게 되어 자동차 보험 접수를 다시 진행했습니다.
담당자는 부모, 자녀 관계이기 때문에 절대 대인 접수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고객의 요청에 따라 자문을 구하고 난 뒤 대인 배상으로 변경했습니다. 만약 자손으로 처리했다면 의료비만 400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대인 배상으로 바꾸면서 1000만 원 선에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③ 자기 신체 사고 vs 자동차 상해
앞선 사례에서 고객이 자동차 보험에 자기 신체 사고를 가입했기 때문에 어머니 치료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대인 접수가 되어 문제를 해결했지만, 만약 대인 배상으로 바꾸지 못했다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거나 내 돈을 내고 치료를 받았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보험 가입할 때, 자기 신체 사고가 아닌 자동차 상해로 가입해야 합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자기 신체 사고가 아닌 자동차 상해를 가입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③-1. 자동차 상해를 가입하는 이유
1) 단독 사고의 경우
- 자기 신체 사고는 진단에 따른 해당 부상 급수 한도 내에서 병원비만 보상합니다.
- 자동차 상해는 가입 금액 한도 내에서 부상 급수 상관없이 대인 배상 지급 기준으로 실제 손해액을 배상, 쉽게 말하면 병원비 + 위자료 + 휴업 손해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2) 쌍방 사고의 경우
- 자기 신체 사고는 상대편 대인 보상 후 본인 과실에 대한 공제 부분에서 해당 부상 급수 한도로 위자료와 휴업 손해만 보상합니다.
- 자동차 상해는 상대편 대인 보상 후 본인 과실 공제 후에도 가입 금액 내에서 위자료와 휴업 손해를 보상합니다. 급수 한도가 없다는 점이 좋습니다.
3) 과실이 정해지지 않은 사고
- 자기 신체 사고는 과실이 정해진 후 보상합니다. 과실이 늦게 정해지면 먼저 내 돈을 쓰는 경우가 생깁니다.
- 자동차 상해는 과실에 상관없이 먼저 쓸 수 있습니다. 그 후 과실에 따라 보험 회사가 구상을 행사합니다.
자기 신체 사고가 아닌 자동차 상해를 가입해야 하는 이유를 간단히 말씀드렸습니다. 이 외에도 자동차 상해의 장점은 많습니다. 1년 보험료로 몇 만 원 차이고, 월로 따지면 그 금액은 더 적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자동차 교통사고가 나서 보상받을 땐 큰 차이를 경험하게 됩니다. 자기 신체 사고 가입해 푼 돈 아끼려다 정작 힘들 때 제대로 보상도 못 받게 됩니다. 그러니 고민이 된다면 덮어 두고 자동차 상해를 가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