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대표적인 에너지 수입국입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따른 유럽의 에너지 안보 위기가 남의 같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 증가로 초래된 에너지 공급망 불안정을 보며 타산지석을 삼아야 할 때입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는 유럽 천연가스 가격 인상을 불러왔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 전역에 에너지 위기와 경제 침체 가능성이 심화되었습니다. EU는 이 위기 대처를 어떻게 할지를 두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났습니다. 일부 회원국에서는 반정부 시위까지 일어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닙니다. 한국도 러시아발 에너지 안보 위험을 보며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LNG 공급망 안정화 정책 등을 선제적으로 펼쳐야 합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 세계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 오히려 유럽의 천연가스, 원유, 광물, 곡물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이는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경제 구조적 한계 때문이었습니다.
이를 알고 있던 러시아도 에너지를 무기화해 유럽을 더욱 압박하고 있습니다. 2022년 4월에는 폴란드, 불가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9월에는 프랑스와 독일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도 중단했습니다. 또 보수 공사나 사고 등을 이유로 가스와 원유 공급을 수시로 중단하며 에너지 무기화 단계를 높였습니다.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습니다. 2020년 EU 회원국은 38.2% 천연가스와 25.7% 원유, 49% 석탄 등 화석연료를 러시아에서 수입했습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의 경계를 결의했지만, 러시아산 에너지 가격 경쟁력은 결국 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유럽에 더욱 중요한 자원이 되었습니다.
헝가리와 체코의 경우 천연가스의 95.7%, 98.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유럽의 대응
그럼 유럽은 가만히 있을까요? 아닙니다.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대응은 무엇일까요?
일단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대체할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 이하 LNG)를 미국, 중동 등지에서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독일, 프랑스-스페인 간 가스관을 신설해 새로운 천연가스 도입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동시에 가스 소비량 통제를 위해 EU 회원국 에너지 장관 회의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에 관한 규칙안’에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은 1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회원국 총 전력 소비량의 10% 감축을 서로 권고했습니다. 피크타임 5% 감축은 의무화했습니다. 이렇게 한마음이 되어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그러나 여전히 산적한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에너지 가격 급등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2021년 중반까지 28유로 정도 가격이던 천연가스가 2022년 8월 340유로까지 올랐습니다. 다행히 10월 24일에 113유로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그래서 에너지 가격 안정성 유지가 긴급한 과제입니다.
또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초래하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도 대비해야 합니다. 특히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이탈리아, 독일 등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는 EU 회원국의 분열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고 하나 된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당면한 과제입니다.
한국이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
한국도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유럽 문제를 보며 우리도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 한국의 주요 천연가스 수입국은 카타르 23% 호주 20%, 원유는 사우디 29.3% 미국 12.4%입니다. 다행히 원유는 지역 갈등 우려로 지난 5년간 중동 비중이 26.1% 감소해 수입국을 다변화해 왔습니다. 이런 성과를 천연가스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실행해야 합니다. 유럽 상황을 바라보며 수입국 다변화를 꼭 이끌어 내야 합니다.
에너지 안보는 한 국가의 경제 정치 외교 안보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문제가 닥치기 전에 잘 대응하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