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하는 누구나 PER 주가수익비율은 들어봤을 것이다. PER은 기업의 주가가 그 기업의 가치 대비해 고평가인지 저평가인지 나누는 기준으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PER이 높으면 기업이 고평가 되었다고 보고, 낮으면 저평가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라는 말이 무색하게 적정 PER의 기준은 그 기업이 속한 섹터나 시장 상황, 기업의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 PER이 실제 주식 투자에 적절한 지표일까?
어떤 바이오 기업의 PER은 6789배, 화장품 기업의 PER은 45배, IT기업의 PER은 12배, 자동차 기업의 PER은 6배라고 하자. 그렇다면 바이오 기업은 엄청난 고평가이고, 자동차 기업은 저평가니 자동차 기업을 사면 될까? 실제 결과는 바이오 기업은 그 이후로 더 성장 가도를 달려 주가가 올랐고, 자동차 기업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렀다. 단순히 PER의 높고 낮음으로 종목을 판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말이다.
성장주 vs 가치주, 당신의 선택은?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해묵은 논쟁이 있다. 성장주를 투자할 것인가, 가치주를 투자할 것인가? 성장주, 가치주 구분이 애매한 부분도 있으나 단순히 구분해 보자. 가치주는 지금까지 실적이 좋았으나 시장에서 평가가 낮은 기업, 성장주는 당장 가시적인 실적은 없으나 앞으로 전망이 좋은 기업 정도로.
물론 지금까지 실적도 좋았고, 앞으로 전망도 좋은 기업이 최고다. 게다가 저평가까지 되어 있으면 금상첨화. 그러나 본래 기업의 성장은 사람처럼 사이클이 있어 성장-성숙-쇠퇴를 보인다. 그래서 위와 같은 최고의 기업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무한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고 PER 성장주
성장주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다. PER 공식 – 주가 / 주당 순이익 – 상 실적이 증가하면 분모가 커져서 PER이 하락한다. 그래서 기업이 성장해 매출, 영업 이익 등이 커지면 분모가 커져 당연히 PER은 낮아지게 되어 있다. 고평가로 볼 수 있는 높은 PER이 실적 증가로 적당한 수준의 PER로 바뀌게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술 수출로 유명한 H 제약은 8배 가까운 주가 상승으로 PER이 255배 상승했다. 단순 지표만 보면 어마어마한 고평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순이익도 전년도 대비 4배 이상 증가해 PER이 다시 37배 정도로 내려왔다. 즉, PER은 과거 지표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그 변화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 PER 가치주
가치주는 시장에 어느 정도 자리 잡아 성숙기를 맞은 기업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여전히 매출은 좋지만, 실적이 극적으로 좋아지긴 힘든 상태, 매력적인 캐시 카우는 있지만 성장의 둔화를 맞은 기업이다. 이런 기업은 PER이 낮게 형성된다. 예를 들어, H 제철의 경우 여러 해에 걸쳐 7~8000억 원의 순이익을 꾸준히 기록 중이다. 이런 이익을 내는 기업은 안정적이고 뛰어난 기업이다. 그러나 PER만 보면 큰 변동은 없다. 또한 S 은행 역시 꾸준히 2.2조 원 내외의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PER이 8.2배 정도에서 고정되어 있다. 주가 역시 큰 변동 없이 지루하게 횡보한다.
이렇게 안정적인 매출과 꾸준한 운영을 보여주는 기업들은 내재 가치가 높다. 앞으로 경영이 악화될 가능성도 크게 없어서 매력적인 주식이다. 이런 주식들은 은행, 철강, 자동차 산업 등에 많이 포진 되어 있다. 그러나 놀랍게 시장에서 이런 기업에 대한 평가는 지지부진하다.
어떤 종목을 선택할 것인가?
앞서 고 PER 성장주와 저 PER 가치주에 대해 알아봤다. 저 PER 가치주는 절대적 저평가로 안정적 투자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범생이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건 우리가 주식 매매를 하는 목적과 결부한 의구심이다. 즉, 우리는 수익을 내기 위해 주식 투자를 하는데, 주가 상승 여력이 적다는 점이다. 언젠가 오를 수 있겠지만, 내가 기다릴 수 있을까? 그래서 단순히 PER 만으로 투자 결정하는 것이 위험이 큰 것이다.
워런 버핏 형님은 투자의 제1원칙은 잃지 않는 것이며, 제2원칙은 제1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은 잃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저 PER 가치주는 안정적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PER 활용은 PER 15 이하 매수 이런 식의 공식화된 기준은 안 썼으면 좋겠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PER 추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업은 사람처럼 변화하는 생물이다. 그래서 법인, 즉 인격을 부여하지 않는가? 그 기업이 변화하면서 PER도 같이 변화가 되기 때문에 그 흐름에서 투자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
그래서 네 기준은 뭐냐? 궁금할 것 같아 준비했다.